EU ‘인공지능법’ 통과…발등에 불 떨어진 학계·법조계·산업계·국회
EU(유럽연합) 산하 유럽의회가 2021년 제안된 ‘인공지능 법안’ 수정 작업을 거쳐 3월 13일 EU 인공지능법(AI Act)을 통과시켰다. 2026년이면 모든 EU 회원국에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일자리 자동화, 온라인 허위 정보 확산, 국가 안보 위협과 같은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기술의 잠재적 이점을 활용하려는 국가에 대한 새로운 글로벌 벤치마크를 설정한다.
AI법은 고위험 등급을 포함해 AI 활용 위험도를 크게 네 단계로 나눠 차등 규제한다. 챗GPT 등 생성형 AI 등장으로 범용 AI 규제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일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실시간 원격 생체정보 인식,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EU 전역에서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AI 유형도 명시하고 있다.
법안은 발효 후 24개월 후에 시행될 예정인 한편 금지된 행위에 관한 규정은 발효 후 6개월, 행동 강령은 발효 후 9개월, 거버넌스를 포함한 범용 AI 규정은 발효 후 12개월, 고위험 시스템에 대한 의무는 발효 후 36개월 후에 시행되는 등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학계·법조계·산업계, AI법안 발전방향 논의
EU 인공지능법이 통과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인공지능 규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에서도 학계·법조계·산업계가 국내 인공지능(AI) 규범 정립 방향에 대해 최소 규제와 함께 산업 진흥 방안을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주벨기에·EU 대사관의 정재욱 과학관은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대사관 주최 'EU 경제현안 간담회'에서 "EU AI법은 AI 시스템 '제공자'뿐 아니라, AI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배포자'들도 적용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정 과학관은 "특히 한국 기업은 거의 다 적용된다고 보면 되며 AI 시스템이 탑재된 전자기기나 자동차 제조사 등은 전부 해당한다"며 "제품 기획·개발 단계부터 앞으로는 AI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서 'AI전략최고위협의회(이하 협의회)' 법·제도 분과 1차 회의를 개최했다.
협의회는 민관 공동으로 국가 전체 AI 혁신 방향을 이끌 컨트롤타워로 지난 4일 출범했다. 이날 행사는 협의회 활동의 첫 걸음으로 최근 EU 의회를 통과한 EU AI법안의 주요내용과 시사점에 대한 소개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 AI법안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개회사에서 “법제도 분과를 통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규범에 대한 대응이 제고되고 나아가 국내 AI 규범 체계에 대한 정립 방향을 제시해 우리나라가 AI G3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 22대 국회에선 “인공지능법이 마련돼야 한다” 촉구
3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사회단체는 논평을 내고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응하는 세계의 규제 행보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그 내용도 구체적이지만, “22대 국회는 반드시 인공지능이 국민의 안전과 인권에 미치는 위험을 방지하고, 나아가 용납할 수 없는 인공지능을 금지하는 법률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인공지능 안전성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정부가 인공지능 법안의 조급한 처리를 요구해온 상황이 더욱 우려스럽다“며 “인공지능의 위험 관리에는 시민의 안전과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회기술적(socio-technical) 관점이 필요하다. 인공지능법 소관과 거버넌스, 소비자보호기구, 개인정보감독기구, 인권기구가 함께 관여해 규제 정책을 수립해 가는 세계 각국 사례를 참고하고,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을) 새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